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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캘커타 |
나는 2013년 12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인도에서,
2월부터 3월까지 네팔에서 봉사활동을 하러 다녀왔다.
혹자는 인도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assualt on all five senses,
오감에 당하는 습격"인도에 도착하자마자 이 말이 뼈저리게 와닿았다.
여기저기서 빵빵거리면서 1cm도 안되는 간격의 차들로 가득한 위험천만한 차도,
신호등 따위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고 길을 건너는 일은 오로지 눈치싸움으로 이루어지는 거리,
커다란 소 떼가(사실이다...) 차도위를 유유자적하며 거닐고 그걸 피해다니는 차들,
(실제로 내가 탄 택시가 소를 피하느라 사고가 날 뻔하기도 했다.)
길거리 한복판에서 음식을 만들고 샤워를 하고
천으로 중요한 부분만 가린 채
나뭇가지로 이를 닦는 남자들,
들것에 실려나오는 시체까지...
택시를 타고 숙소까지 가는 한 시간 남짓의 시간동안 본 것들은
정말 누구에게 얼마나 자세히 설명하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쇼킹한 것들이었다.
지인에게 들은 말이 기억났다.
세계 곳곳을 여행해 보았지만 인도에 있을 때 집에서 가장 멀게 느껴졌다던...
내가 인도에 있었던 한 달동안 머물었던 곳은 파크 스트릿이라는 곳으로
캘커타에서 가장 번화한 중심거리였다.
맥도날드, KFC, 피자헛과 같은 세계적 프랜차이즈 뿐 아니라
고급 베이커리와 옷가게로 가득한 곳이었다.
그래서 가게 안에 있을 때는 잠시나마
서울에 있는 것 같은 감격스러운 느낌에 젖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가게 밖을 나오자마자, 아니 가게 안에서 유리문을 통해 바깥을 바라보면,
길거리에 사리(인도전통복장)을 입고 거리에 앉아 구걸하는 사람들,
사지를 쓰지 못해 위험천만한 차도 위를 네발로 기어다니며 구걸하는 사람들,
구걸하는 엄마 주변을 맨발로,
나는 텔레비전에서 밖에 보지 못했던 누더기 옷을 입고
뛰어다니며 노는 아이들을 너무나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나는 그럴때마다 "빈부격차"라는 말로 차마 형용할 수 없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극을 너무나도 사무치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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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커타 거리에서 본 아이들 |
거리 위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러웠다.
길거리 위에서 노상방뇨하는 남자들은 허다했고
대변도 너무 많아서 항상 발을 보고 조심해서 다녀야했다.
길거리를 다니다가 너무 귀엽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보았다.
아이들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묻고 사진을 찍었다.
아이들은 카메라를 보고 너무 좋아하며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사진을 다 찍으니, 아이들의 엄마로 보이는 한 여자가 내 옆에 사람들에게 구걸을 하다가
내가 사진찍는 것을 보고 돈을 달라고 했다.
인도에 도착하자마자, 오리엔테이션에서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거지들에게
돈을 절대 주지 말라고 배웠기 때문에 끝까지 "I'm sorry, no."로 일관했는데
갑자기 이 여자가 나에게 사진을 찍어놓고 돈도 안주냐며 버럭 화를 냈다.
그래서 결국 도망을 치고 말았다...ㅠㅠ
어린이들이 OK해도 어른의 허락을 받지 않으면
길거리 거지들의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는 귀한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찍은 사진이 위의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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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빈티지 복스와겐 비틀같이 생긴 택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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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뒤에 보이는 것이 인도의 교통수단 중 하나인 오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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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차도풍경 |
사람이 끄는 릭샤(인력거)부터
자전거로 끄는 릭샤,
오토바이에 텐트 쳐 놓은 것 같이 생긴 오토,
50년대 빈티지 복스와겐 비틀같이 생긴 택시,
우리나라 6-70년대 만원버스를 연상시키는 버스,
(진짜로 사람이 꽉꽉 차 있다 못해
심지어 문밖으로 매달려서 가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최신형 외제차까지.
이렇게 다양한 교통수단만 보더라도
인도의 문화적 특징을 볼 수 있다.
아주 오랜 옛날 전통문화부터 시작해서
새롭게 급부상하고 있는 IT 강국으로서의 최첨단 문화까지
모두 함께 공존하고 있는 인도.
지나다니는 사람의 옷차림만 봐도
전통의상 사리부터
푼자비 수트,
(엉덩이를 덮는 긴 상의에 우리나라 몸빼바지 같은 펑퍼짐한 바지, 그리고 스카프까지 세트)
긴 상의인 쿠르타를 입은 젊은 사람들,
그리고 평범한 현대 복장의 사람들까지
너무나도 다양한 옷차림의 사람들을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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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전통의상 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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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자비(Punjabi) |
나는 특히 형형색색 아름다운 사리와
금 악세서리로 온 몸을 치장하고 다니는 여성들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도 아직 전통 문화가 많이 남아있어
아름다운 한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 많았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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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타를 입고. 인도에서는 외국인도 그들의 문화에 맞게 옷을 입는 것이 예의이다. 그래서 보통 외국인은 쿠르타라는 긴 상의를 사서 청바지나 레깅스와 함께 입곤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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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인도에서 머무는 동안 시간 날때마다 찾았던 뉴마켓 앞 풍경 인도에서 입었던 옷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을 위한 기념품도 많이 팔아 항상 북적 거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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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커타의 복잡한 거리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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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는 이렇게 원숭이를 데리고 다니며 묘기를 보여주고 돈을 구걸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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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셔츠 입은 염소! |
어딜 보든 모든 것이 다 "진짜(authentic)" 인도였다는 것이다.
세계 어떤 곳을 가든 내가 경험했던 것은 관광객을 위해 꾸며진 모습 뿐이었다.
그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가장 쾌적한 호텔, 그리고 가장 친절한 사람들.
하지만 인도에서는 난생 처음으로 진짜 그 나라를 경험할 수 있었다.
물론 내가 인도에 관광하러 간 것이 아니라
봉사활동을 하러 갔기 때문일 수도 있겠고
한 달동안 인도의 호스텔에서 살면서
관광지가 아닌 곳들을 다녔기 때문도 있겠지만
인도는 다른 어떤 곳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냄새, 사람들, 길거리 풍경 등
모든 것이 꾸며지지 않은 날 것(raw)의 느낌이 났다.
좋게든 나쁘게든.
내가 인도에서 받은 첫 인상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진짜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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