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3일 금요일

india, 사람들 II

King's Kids
킹즈키즈는 내가 일했던 곳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다.
그 이유는 아마 그 곳에서 만난 아이들 때문일 것이다.

킹스키즈의 아이들은 나의 마음 속에 특별하게 남아있다.
king's kids는 street kids 즉, 길거리에 살고 있는 아이들을 돌봐주는 곳이다.
그 곳에서 킹스키즈를 운영하고 있는 로샤와 함께 사는 아이들도 있고
부모님과 함께 길거리에서 살면서 낮 시간에 오는 아이들도 있었다.

다람쥐같은 쪼그만 아이들로 시끌벅적한 이 곳의 하루 일과는
아이들을 씻기는 것 부터 시작된다.
밤새도록 길거리를 맨발로 뛰어다니며 
흙먼지와 매연을 온 몸에 뒤집어 쓴 아이들을
깨끗이 씻기고 빨아놓은 옷을 입히면 첫 일과가 끝난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아침부터 꺄르르대며 요리 피하고 저리 피하는 아이들을 한 데 모아
씻기고 옷까지 입히다 보면 진이 쏙 빠지지만 
뽀송뽀송한 아이들을 보면 나까지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고 나서 아이들과 함께
율동을 하며 동요를 부르고
우리가 준비한 연극도 보여주고 이야기도 들려주고난 뒤
아이들과 함께 색칠공부도 하고 블럭쌓기도 하며 
신나게 놀다보면 어느덧 점심시간이다.





조그만 아이들이 커다란 접시에 가득 담겨있는 음식을
코딱지만한 손으로 싹싹 긁어 먹는 것을 보면
(인도는 음식을 손으로 먹는 문화가 있다)
그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밥을 먹고 나면 이제 집에 갈 시간이다.
로샤와 함께 살고 있는 아이들은 2층으로 올라가고
나머지 아이들은 다시 길거리로 나선다.
그리고 포장되지 않은, 차가 슝슝 다니는 길 위에서
맨발로 뛰어놀며 엄마 아빠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다.

나는 이 때까지 길거리에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길을 가는데 길가에 마치 포장마차같이 천막이 쳐져있고
사람들이 요리를 하고 그 옆에 평상 같은 곳 위에서 밥을 먹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때로는 평상이나 요리를 할 수 있는 곳도 없이 
바닥에서 천 하나를 깔아 놓고 생활하고 잠을 자는 가족도 있었다.

내가 king's kids에서 본 너무나 해맑고
웃음과 장난끼가 가득한 순수한 아이들이
이런 곳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는구나
그때서야 좀 더 와닿았다.






아이들을 보며 난생 처음으로
입양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평소에 말로는
나중에 결혼하면 입양해야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한 번도 진지하게 왜 입양을 하고, 진짜로 하고 싶기는 한 건지
고민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킹즈키즈에서 짧게나마 시간을 보내면서
봉사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아이들에게 행복한 시간을 선물 받았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매일매일 아이들을 볼 생각에 설레이고
아이들과 함께 놀 때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주머니에 넣어서 한국에 다시 데려가고 싶을 만큼
너무 사랑스러웠다.

킹스키즈를 떠나던 마지막날,
내가 가장 정이 많이 들었던 한 아이가
나에게 달려들어 안기고 뽀뽀하며 활짝 웃는 모습에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었다.

내가 앞으로 결혼을 하고 자식도 낳겠지만
마음으로 자식을 낳고 사랑하게 된다면
이런 마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중에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크게 될 아이들에게
내가 그 누구보다 큰 사랑을 알게 해 주는 부모가 되고 싶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