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3일 금요일

india, 사람들 I

인도에 도착한 뒤 거의 2주가 지나서야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처음간 곳은 Life Connection이라는 단체로
기차역에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낮에는 학교처럼 운영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첫 날은 봉사는 커녕 그 단체 근처에도 못 가보고
기차역과 그 주변을 몇 시간동안 뱅뱅 돌기만했다.
Life Connection에서 나온 컨택이 데리고 가는대로
아무말 없이 따라가다보니 갔던 곳을 또 가고 
익숙한 풍경이 계속 보이길래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일부러 시간을 떼우기 위해 기차역 주변을 멤돌았던 것이었다.

이유를 추측해본 결과,
그 날 봉사하기로 한 팀이 이중으로 예약이 되어 있어서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을 큰 무례로 생각하는 인도 문화 특성상
우리팀에게 나오지 말라고 말하는 대신, 
이곳저곳 견학을 시켜주고 데리고 다니며 시간을 떼웠던 것 같다.

아무튼 첫 날부터 두 시간 가량 
인도에서 제일 붐비는 역 중 하나라는 하우라(howrah)역을 구경하고
그 주변의 갠지스강까지 볼 수 있었다.

갠지스강가에 가보니 
강물로 목욕을 하고 있는 남자들로 붐비고 있었다.
처음에는 기차역에 사는 노숙자들이 강에서 몸을 씻는 줄 알고
노숙자들이 참 많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알고보니
힌두교에서는 갠지스강을 신성한 강이라고 여겨
이 물에 몸을 씻으면 면죄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한다.

경악스러운 것은 사람들이 열심히 몸을 씻고 있는 이 갠지스강은
멀리서도 하수구냄새가 날만큼 오염된 물이다.

실제로 갠지스강은 동물이나 사람의 배설물은 물론이고
쓰레기가 둥둥 떠다니며 시체의 투기까지 이루어지기 때문에
등급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강을
신성하다고 여기며
그 곳에서 몸을 씻는 것은 물론이고
떠가기도 하고 마시기도 하는 인도 사람들을 보며
참 묘한 기분이 들었다.


하우라 기차역에 들어서니 과연 출근하는 사람들로 북적북적거렸다.
기차역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이 우리 손을 붙잡으며 구걸을 하기 시작했다.
초등학생도 안되어 보이는 나이의 조그만 아이들이
간절한 눈빛으로 "플리즈, 플리즈."라며 구걸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컨택이 말해주었는데,
구걸하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님이 억지로 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그래서 Life Connection에 데려가서 보살피고 싶어도
부모님이 반대해서 계속 구걸하는 생활을 해야 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했다.
얼마나 생활고와 가난에 시달렸으면
부모가 자식에게 억지로 구걸을 시킬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놀랍기도 했다.

역 안으로 들어가서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한 13-4살쯤으로 보이는 한 남자아이를 보고
컨택이 그 아이에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무슨 말을 했냐고 물어보니
음식과 숙소를 제공해주고 공부도 시켜줄테니 함께 가자고 말했는데 
싫다고 질색을 하며 도망갔다고 했다.

많은 힌두교 사회단체에서
기차역에 사는 아이들을 데려다가 숙식을 제공하고 가르치고 있는데
그 곳에서는 아이를 때리고 학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이들이 더 이상 따라오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나이 어린 아이들이 기차역에 있다보면
함께 노숙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아 
본드를 하는 등 악순환이 계속 될 뿐만 아니라
최악의 기차에 치어 죽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한다.

실제로 컨택이 우리를 만나러 오기 전
기차역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기차 철로 위로 지나가고 있던 사람이 기차에 치여
처참하게 죽는 사고가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워낙 많이 일어나는 일이라서
기차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오더니
대수롭지 않게 시체를 봉지에 담아 가고
사람들은 각자 갈길을 갔다고 했다.

Life Connection은
이렇게 위험천만한 하우라 기차역에 살며
매일매일 구걸을 하고 본드를 하며 살아가는
어린아이들을 위해
따뜻한 집과 음식을 주고
교육을 시켜주는 귀중한 단체였다.


Light of Hope
다음으로 간 곳은 러블리 커플
도라와 소나탄이 운영하는 탁아소 Light of Hope.


도라와 소나탄은 캘커타 외곽의 한 작은 동네에서
낮에 일 때문에 부모님이 집을 비우는 동안
아이들을 먹이고 영어나 수학도 가르치는 작은 탁아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Light of Hope이 다른 탁아소보다 조금 특별한 이유는
생활고에 시달려 엄마 아빠 둘 다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를 돌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아이들을 돌보아주는
봉사단체이기 때문이다.

사실 Light of Hope에 가는 길은 생각보다 더 큰 도전이었다.
우리 팀은 바로 몇일 전, 
팀원 전부가 엄청난 식중독으로 몇날몇일을 고생했었다.
고열에 시달리고 30분에 한 번씩 화장실에 드나들며
몇 일동안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끙끙 앓았다.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서
매일 아침 한시간 반에 걸쳐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오토(오토바이 택시 같은 개념)를 타고 십 분 간 또 걸어서 가야 했기 때문에
매일 아침 버틸 수 있는 힘을 달라고 매우 간절히 기도했었다.

아무튼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도착하니
너무나 귀엽고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언티, 언티" (인도에서는 아이들이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여자를 이렇게 부른다. 
때로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이 나를 "언티"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었지만)
라며 내 다리를 붙잡고 깔깔대는 모습에 에너지가 불끈불끈 솟아났다.








Light of Hope에서 일주일 동안 일을 했는데
아이들과 함께 놀고 영어도 가르쳐주고
사진도 찍어주다보면 하루가 벌써 끝날 정도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light of hope 출근(?)하는 길에 항상 우리를 반겨줬던 아기염소
light of hope 가는 길.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동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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