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까지 읽은 소설 중에
제일 애착이 가고 기억에 남는 소설이다.
서점에 갈 때마다 할레드 호세이니의 소설들이
베스트셀러 코너에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고
한 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인도에서 길을 가다 한 조그마한 책 가판대에서
이 책을 보고 바로 구입했다.
{연을 쫓는 아이}는 아미르와 하산의 이야기이다.
아미르는 아프가니스탄의 대도시인 카불에서도
제일가는 부잣집에서 태어난 외동 아들이고,
하산은 그 집의 하인의 아들이다.
또한 아미르와 하산은 어려서부터 함께 자란 죽마고우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미르는 수니파에 속하는 파쉬툰인이고
하산은 시아파에 속하는 하자라인이다.
아프가니스탄은 이슬람교 국가로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이 극심하고
역사적으로 파쉬툰인이 하자라인을 박해하고 억압해왔다.
소설에서도 아미르와 하산은 집 안에서는 둘도 없는 친구이지만
밖에서는 항상 하산은 손가락질 당하고 놀림당하고
아미르는 이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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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the kite runner에서 |
"계속되는 경악과 슬픔의 연속"이다.
스토리의 중반까지는 아미르와 하산의 우정이 귀엽고 재미있다.
잠깐잠깐 아미르와 하산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안쓰럽고 마음이 짠하지만 그건 그냥 맛보기이다.
소설의 중반 쯤,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는
연 싸움 대회가 나온다.
그 대회에 아미르는 연을 날리는,
하산은 연을 쫓는 역할로 한 조로 출전하게 된다.
아미르는 아버지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큰 부담감을 갖고
손에 피가나도록 연을 날린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까지 남은 연과 싸워 이기고
하산에게 연을 가져와 달라고 말한다.
그러자 하산은 이 소설의 최고 명대사를 남긴다.
for you, a thousand times over.그리고 연을 쫓으러 간다.
너를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그러다가 하산에게 너무나 가슴 아프고 끔찍한 일 일어나고
아미르는 하산을 찾으러 갔다가 그 일을 목격한다.
그렇지만 아미르는 또 다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지켜보기만 한다.
그 이후,
아미르와 하산은 점점 멀어지고 결국 하산은 아버지와 함께
20년 간 일해왔던 아미르의 집에서 나가게 된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러시아 군대가 아프가니스탄에 쳐들어와
카불을 쑥대밭으로 만들었고
아미르와 그의 아버지는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된다.
아미르는 미국에서 안정된 삶을 살다가
어릴 적 아버지의 친구였던 라힘 칸의 전화를 받고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그 이후부터 펼쳐지는 아미르의 여정은
숨 가쁘고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아미르는 그 여정 가운데
어릴 적 하산에게 졌던 마음의 빚을
조금이라도 갚고자 고군분투한다.
{연을 쫓는 아이}라는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를 읽으며
교과서에서 여러 번 봤지만 절대로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던
이슬람교 시아파와 수니파의 갈등이 좀 더 현실감있게 다가왔고
오사마 빈 라덴과 테러국으로만 알고 있었던
아프가니스탄이 누군가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그리운 고향으로,
전쟁으로 초토화가 되었지만 한 때는 아름다웠던 나라로 내 마음에 남겨졌다.
할레이드 호세이니는
어떻게보면 너무 끔찍하고 가슴 아픈 이야기를
절대 친구가 될 수 없었던 두 아이의 우정으로 아름답게 그려냈고
과도한 설명을 덧붙이지도 않고
최소한의 대화와 묘사만으로
무거운 소재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담아냈다.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웃음을 머금게 하는 유머감각과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못하게 하는 서스펜스,
그리고 독자의 마음을 울리는 강력한 필력까지 갖추었다.
{연을 쫓는 아이}를 읽고서 작가에 사랑에 빠져
두 번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같은 작가의 다음 작품인
{천 개의 찬란한 태양 a thousand splendid suns}도 구입했다.
비록 소설을 읽는 내내 쉴새없이 슬퍼야했지만
결론은 그런 마음도 충분히 위로해 줄 만큼
아주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소설의 마지막에 아미르는 마치 하산에게 말하듯 이렇게 말한다.
for you, a thousand times over.{연을 쫓는 아이}
너를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마음을 따뜻하게 적셔 줄 명작 소설을 찾고 있다면
이 작품을 강력 추천하고싶다.
